엉터리 서류로 2년간 일용직 인건비 '꿀꺽'해도 '깜깜'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소식

엉터리 서류로 2년간 일용직 인건비 '꿀꺽'해도 '깜깜'

충북 농어촌公, 일용직 채용·관리 주먹구구식
지역본부 감사 기능 없고 본사 감사도 유명무실

14559369531426.jpg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최근 감사원 감사를 통해 한국농어촌공사 충북지역본부 직원 2명이 일용직 근로자 인건비 2천500여만원을 가로채 비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 근로자를 허위 등록하거나 근무 일수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매달 인건비를 받아 챙겼다.


하지만 충북본부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일용직 근로자 인건비가 그야말로 '눈먼 돈'이 돼 오랜 기간 새 나가고 있었는데 왜 자체적으로 걸러내지 못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용직을 관리하는 농어촌공사 내부 통제시스템이 낙제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20일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공사 충북본부에서 국가 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탁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등을 수행하기 위해 채용한 일용직 근로자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742명에 달했다.


이들에게 지급된 인건비는 12억3천300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매년 꽤 많은 일용직 근로자가 고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및 관리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농어촌공사 본사는 물론 충북본부 어디에도 이런 기준은 없었다.


채용과 관련한 권한 역시 이번에 적발된 2명의 직원과 같은 사업부서 현장 책임자에게 일임돼 있다. 일용직 근로자가 실제 근무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근무상황을 관리·감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 일한 근로자의 자필 서명 대신 현장 책임자가 근로자의 막도장을 보관하면서 날인하는 사례도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회계부서에서 인건비 지급 전 근무 일수를 확인할 수 있는 증빙서류는 현장 책임자가 작성한 '일용직 인건비 청구서'뿐이었다.


현장 책임자가 멋대로 일용직 인원수와 근무 일수를 늘려 청구서를 작성·제출하면 회계부서는 아무런 확인절차도 없이 요청한 인건비를 지급한 셈이다.


이들이 나쁜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일용직 인건비를 부풀려 빼낼 수 있는 구조여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다름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농어촌공사의 자체 감사기능은 유명무실했다.


충북본부를 비롯한 지역본부는 자체 감사 기능이 아예 없다. 본사 감사실이 모든 지역본부를 총괄한다. 지역본부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본사 감사실에 보고해 조사하는 구조다.


그러나 본사 감사실이 '솜방망이 처벌'로 덮는데만 급급해 내부 비리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 감사 이전인 2014년 6월 농어촌공사 감사실은 모 지역본부의 인건비 편취 관련 민원을 접수, 자체 조사를 통해 사실임을 확인했다.


유사한 비위 행위가 다른 지역본부에서도 광범위하게 발생할 개연성이 높았음에도 감사실은 개인의 일탈행위로 보고 전면적인 실태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농어촌공사는 감사원 감사로 본사, 충북본부 등 6개 지역본부에서 20명의 직원이 3억9천600여만원의 일용직 인건비를 편취한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어촌공사는 작년 7월부터 운영하는 청렴윤리TF와 청렴옴부즈만 위원회를 확대하고, 비리 방지와 현장 부패 발생 요인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충북본부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마련한 제도 개선 대책에 따라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